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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c(2009-07-28 16:14:09, Hit : 1329, Vote : 294
 짐 정리도 하고...

이번에 한국에 다녀온건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므로, 가까운 곳에 사는 넌 무조건 온다, 뭐 이런 거였는데,
10년전에 찍은 가족 사진이 변색되어 버린 사건이 있어서 이 기회에 다시 촬영..
(사진관이 필름 분실-.-)
덕분에 새 사진을 걸게 생겼는데, 왜 10년이 지나도록 넌 식구를 못 늘린게냐! 라며 다시 한번 구박을 받고...  부모님은 나이가 많이 드셨고, 나와 언니도 나이가 들고, 오빠도 뚱뚱해지고, 오직 제 엄마 품에 안겨서 사진을 찍었던 조카만 발전적으로 컸구나. 이런걸 보면 왜 자식을 낳는지 알거 같아.  자신의 몸이 시간의 흐름을 잔인한 방법으로 밖에 나타내지 못할 때, 시간의 흐름을 긍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육화된 증거물 아니냔 말이지. 여기서 자식이 무효해지는 순간 인간은 손자 타령을 할 수 밖에..

간 김에 엄마의 골치덩어리였던 책정리 숙원 사업을 했는데, 작년에 아버지 퇴직과 더불어 책더미가 집안을 덮친 것이지. 책장 3개를 더 들여놨는데도, 책은 넘치고 넘쳐서, 일단 오빠 부부가 남겨 놨던 책과 엄마 책과 내 책의 상당부분을 사과박스 20여개에 쳐넣고, 만든 공간에 아빠 책을 다 꽂아놓은 상태라, 방 한구석에 사과박스 타워가 위용을 자랑하며 1년을 버티는 상황..
결국 사과박스를 다 뜯어서 쓸 책을 소수 추리고, 버릴 책을 다시 다 담아서 15개를 내 놨다.
웬만하면 돈을 안 받아도 좋으니 헌책방 같은데서 가져가주면 좋으련만..막판에 지쳐서 남들이 봐주든말든 알게 뭐냐! 다 버려버릴테다!
내가 챙긴 책들은 발레책하고 미술 관련 책 몇권인데, 나머진 다 버리는 와중에도 기형도 책은 못 버리겠더라고..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도 아닌데 말야...언니가 사모은 책과 내 책은 상당수 겹쳐서 그러고보니 기형도도 2세트, 유홍준도 두세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들도 두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두세트...90년대 유행하던 책들은 대략 두세트..

엄마도 지겹다며 모든 책 다 버려!를 외치시나,
[박완서는 둘꺼지?]하니 [아..그래 나중에 또 읽고 싶을지도..]하여 살아 남았다.
6.25의 상처를 쓰다가, 중산층 부인들의 이야기를 지긋지긋하도록 째다가, 요즘은 노년의 삶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이 작가는 엄마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삶을 대신 써주는 대변자인 것이지. 분명히 이전에 이사할 때는 [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작] 잡지 부록 [나목]의 누런 책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안 보이는구나.  우리집에서 문학사가 하나 소실 되었어요.  

아, 안 버리고 남겨 놓은 것 중에 미즈시로 세토나의 [동서애 1-10]까지 있다. 필요하신 분은 담에 착불로 보내드림.

오빠집으로 배송시켰던 디비디 4장과 생일 기념으로 남에게 갈취한 디비디가 두장... 그리고 [마틸데 디 샤브란] 씨디도 드뎌 샀다. 역시 가사집을 보면서 들으니까 좋구나..게다가 이탈리아어를 조금 배운 보람이 있어서 간단한 대화들은 다 알아듣겠어..
(진짜 간단한 대화들..말 해라! 뭔 소리냐! 나가! 가자! 몰라. 들어봐 자기, 이거나 들어(퍽!) 이런거;;)
이탈리아어는 물론 음운적으로도 노래하기 참 좋지만, 문법적으로도 노래에 적합한거 같다.
문법 구조가 비교적 헐겁고 도치문이 많아서 단어를 이리저리 멋대로 배치하기 좋고, 동사변화가 복잡한대신 동사 하나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서, 말이 압축적이 된다. 그러니 주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지.  




첫비행 (2009-07-28 20:19:13)  
책은 산 거보다 이젠 보관료를 걱정해야 할 참인 저로서도 얼마전에 책 정리를 했습니다. ... 버릴려다가 도로 끌어 안은 게 한 절반 쯤은 되지만요...ㅡ.ㅡ; 아 그리고, 어케어케 내일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혹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뵐 수 있음 좋겠네요^^
yeda (2009-07-28 22:41:20)  
으아악 완전 잊고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비행 (2009-07-29 23:30:18)  
A프로그램이 주말 낮이라서, 주말 저녁에 혹 심심하시거나 시간 되시면 내일이고, 모레고 제 블로그에 덧글 남겨주시면 득달같이 달려가겠습니다. 만일 다른 계획 있으시거나 부담 되신다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구요^^ 지금 우에노 근처 호텔이거든요.
blanc (2009-07-30 10:49:36)  
첫비행/ 덧글 남겼습니다.
yeda/-.-;;;; 다음 기회가 또 있소.
첫비행 (2009-07-31 07:56:16)  
A프로그램이 3시부터인데, 7시 반까지는 이이다바시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공연 되게 길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서^^; (켁, 방금 세어보니까 18개 종목... 하나 10분만 해도 3시간... ㅡㅡ;) 만일 된다면 그 내일 저녁 뵈면 좋겠네요. (일요일은 출국이고, 오늘 저녁엔 늦게 돌아올 것 같아서요..ㅡ.ㅜ) 댓글 남겨 주시면 내일 오전 전화 드리겠습니다.
blanc (2009-07-31 14:27:43)  
그럼 내일 오전 9시 20분 전에 전화 주세요. 아침에 수업이 있어서, 그 이후엔 제가 전화를 못 받아요.
첫비행 (2009-08-05 21:22:53)  
덕분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정말 힘들었던 상황 뒤에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정말 꿈만 같았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내년 봄에 또 뵐 수 있을 듯 하니, 그 때 신세 갚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blanc (2009-08-06 12:25:49)  
신세라뇨..저야말로 오랜만에 즐거운 수다시간이었는걸요. 바쁜일 잘 수습하시고 내년 봄에 뵈어요.

공연을 하나 날리고;; [2]
오랜만에 이것 저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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