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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c(2009-10-20 18:01:46, Hit : 1847, Vote : 421
 프랑스 대회 잡담

드뎌 시즌 개막! 작년에 이어 연아양은 또 첫주에 배정을 받고, 궁금하던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었다.

첨 곡목을 듣고 ‘으윙’했던 007은 예상대로, 그러나 나름 재밌는 모양새로 나왔고, 거쉰은 너무 세련된 프로그램이다. 의상까지..너무너무 예쁘구나.
곡이 귀에 팍 꽂히지는 않지만 재즈 멜로디들이 섬세하고 연아가 오랜만에 피아노 통통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하니까 좋다.
특히 가볍게 손털면서 사랑스럽게 살코 뛰고, 음악이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확 뛰쳐나가서 활주 끝에 시원스럽게 러츠 하는 부분이 너무 좋다. 재즈 시대 여가수 같은 마지막 포즈도 너무 멋짐.

사실 처음에 안무 거의 생략한 공식 연습 버전을 티비에서 보고 러츠가 너무 뒤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지난 시즌에 살코를 몇번 실패해서 앞으로 뺐나..하지만 러츠도 뒤에 뛰기 힘들긴 마찬가지일텐데..연아 컨디션 나쁘면 종종 실수하는 점프이기도 하고..하지만 곡 전체를 보니 러츠는 거기 있어야 겠네. 후우..연아 정말 힘들겠구나. 마지막까지 긴장 놓지 말고 체력훈련 열심히 해야겠네. 하지만 실수 좀 한들 넘사벽이라는거 충분히 증명 되었으니 올림픽까지 무리는 하지말고. 쉬엄쉬엄..
사실 이번에 좀 점수가 너무 잘 나와서 올 시즌의 동기 부여를 해 나가는데 장애가 되는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프로토콜 보니까 빠진 플립 말고도 몇가지 발전 여지가 있긴 하구나. 마지막 스핀 2개가 다 레벨3이고, 스파이럴도 그렇고..스파이럴은 모르겠지만 마지막 스핀 회전수 부족(했던건가?)은 아마 체력 문제일테니 역시 체력…건강..이 키 포인트.

007은 레이백 스핀을 스파이럴 앞으로 뺀 것 말고는 ‘죽음의 무도’하고 구성이 같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강한 포즈 몇번 해주는거 좋고, 분위기는 많이 다르니까 질리거나 하진 않는다. 비슷한 구성으로 다른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짠 건 현명한 일인듯. 프리 프로그램이 너무 빡세 보여서 쇼트라도 좀 안정적이어야지. 덕분에 쇼트는 세계신 가깝게 나왔고, 프리는 세계신. 연아가 [사이공]으로 이전 프리 세계신을 세웠을 때는 사실 점프들이 그렇게 좋진 않았었다. 물론 클린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때 연아 컨디션이 썩 안 좋은 날이라 조금씩 부드럽지 않은 점프들이 있었지. 그런데 이번엔 초반에 못 뛴 플립을 빼고는 모든 점프가 완전한 확신에 차 있다. 바람처럼 가벼우면서도 파워풀하고 착지는 견고하다. 뛴 6개의 점프 가산점만으로 점프를 2개는 만들겠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드뎌 챔프가 되면서 모든 징크스를 떨쳐버리더니 이제 어떠한 망설임도 없고 자신감 찬 움직임에 챔피언 포스가 풀풀…

얄궂게도 이에 대비해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마오.
마오는..지난번에 [재팬 오픈] 때 보다는 조금 좋아졌지만, 여전히 프로그램은 악평 일색인듯. 그리고 3-3은 버릴셈인가..이번엔 살코 빼고 3룹을 넣어온걸로 봐서 3룹을 세컨드 점프로 뛰는건 당분간 안 할 생각? 지난 시즌에 딱 한 번 인정 받았던가…
어쨌든 이 아가씨는 좀 더 머리를 쓸 필요가 있다. 쇼트 끝나고 일본 방송이랑 인터뷰 하는데 ‘프리의 키는 3악셀이므로, 무엇 보다도 내일까지 3악셀에 집중하겠다’고 답하는데 솔직히 좀 뜨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독 3룹 다운그레이드라니 이게 웬말인가…3-2-2는 뭐 두개 다 회전부족 당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단독 3룹 다운은 마오로선 정말 통탄할 일 아닌가 싶은데..
이런 점프질도 점프질이지만, 아마 대부분의 팬들이 걱정하고 있는건 지난 시즌부터 애가 부쩍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거겠지. 아사다 마오라는 스케이터가 진정 매력적이었던 것은 밝고 예쁜 여자아이가 신나게 스케이트 타면서 심지어 3악셀같은 어려운 기술도 공기같이 뛰어대는 것 아니었나..그러나 이제 어떤 환희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코치와 되지 않는 기술에 쫓기고 있는 가련한 소녀만이 보이는구나..
마오는 의상까지 어쩌면 좋니..두 벌 다 너무한거 아닌가. 거의 재앙 수준이군.
올림픽까지 앞으로 4개월..아마 마오도 그때는 나름 안정 되겠지. 의상도 여러벌 가지고 있다니 이것 저것 시도해볼테고..어쨌든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어울리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타라소바가 안무한 마오의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러시아 정서, 아니 ‘소비에트 정서’가 물씬 풍겨서 ‘양키 프로그램’을 하는 연아와 완전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저 드라마틱하고 거창한 안무라니…60년대 ‘소비에트 발레’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뭐, 주제가 ‘극복’? 그야말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형적인 주제 아냐..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결한 이상을 추구한다는...

그에 비하면 연아는 그야말로 할리우드에 거쉰인데, 사실 이런게 윌슨 특기 같다.
2007년 중국배에서 <박쥐> 첫 공개 후에 실망한 몇몇 사람의 의견을 들었는데, 그 중 인상적인 게 L님의 ‘윌슨의 북미인으로서의 한계같다’라는 말이었다.
물론 박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사랑스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보통 ‘박쥐 왈츠’에서 생각할만한 안무는 좀 아니었던것 같거든. 호불호가 어떻든지간에, 굳이 비교하자면 <미스 사이공> 쪽이 음악의 정수에 좀 더 다가가는 안무였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박쥐>보다 <미스 사이공>을 편애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악..어디까지나 연아 프로그램 중에서..내가 아무리 <나비부인>을 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뮤지컬 <미스 사이공>까지는 못 참아주겠다)
내 취향은 마이너인가..난 지난 시즌에도 <세헤라자데>가 더 좋았다. 사실 <죽음의 춤>은 자신만만한 연아를 보는게 즐거워서, 환희에 찬 완벽한 승리가 있어서 자주 돌려보지만 나는 아마 ‘강한 연아’ 보다 ‘서정적 연아’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두 사람을 보니까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60년대의 볼쇼이 발레와 NYCB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올림픽을 앞두고 동서냉전 코스프레 인가효..
근데 문제는 마오가 그런 소비에트 스타일의 거창한 드라마와 러시안의 우울함을 전혀 살릴 수 없는 스케이터라는 것이고..이건 뭐 수잔 패럴에게 예기나를 추라는 것인가..라고 하고 보니 수잔 패럴은 어쩌면 예기나를 잘 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연아는 하지만 러시아 스타일도 잘 맞을 것 같다…스케일 큰 표현에도 능하고 지금까지 드라마틱한 것도 멋드러지게 해 냈으니까.. 사실 한국인들이 워낙 드라마틱하고 거창한거 좋아하기도 하고,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국외에서는 드물게도 <스파르타쿠스>를 레파토리로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오도방정 떨지 않고 조용히 기도하는 일만 남았다. 빙판은 미끄러울 뿐이고, 올림픽 메달이란 어차피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운명..팔자..뭐 그런 영역.. 별 이변 없이 조용히 치뤄지길 바랄 뿐.



hilda (2009-10-20 21:36:54)  
ㅇㅎㅎ 이번에 난생처음 여왕님 뵙고 왔어요. 감동 감동 ^^;; 사실 처음 프리에서 플립 날렸을때부터 불안해서 제대로 경기를 못봤는데 인터뷰 보니까 본인은 별로 신경을 안쓴것 같더군요. 전 아직 믿음이 부족한가봐요. 김슨생에대한 믿음이... 허허
blanc (2009-10-21 15:05:44)  
오오 hilda님. 그렇지 않아도 보러가셨나 궁금해하던 참이었어요.

전 생중계가 없고 인터넷도 안돼서 친구한테 전화로 들었는데 플립 못 뛰었다고해서 오히려 좀 안심. 쇼트 점수가 너무 높아서 웬지 불안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시즌은 후반부 러츠 뛸 때까지 달달 떨고 있을거 같아요.

자자..영접하고 오셨으니 자세한 간증을 해 주시면 부족한 믿음이 용서 받습니다요.
hilda (2009-10-21 22:09:14)  
사실 저 한달전에 이탈리아 피사로 이사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비행기타고 파리갔다왔지요 ㅎㅎ 미천한 후기라도 보시려면 univers.egloos.com

파리 방문중에 이번에 새로 나온 La danse라는 영화를 봤어요. 장장 2시간 40분여의 파리 오페라에 관한 다큐더라구요. 인터뷰도 전혀 없고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거라 중간에 약간 지루했는데 파리 오페라 구석구석 잘 구경할수 있었던건 좋았어요. ㅎㅎ 혹시 기회되시면 보세요 ^^
첫비행 (2009-10-26 22:45:43)  
저도 이번 프리가 정말 맘에 들더군요. 사실 전 죽음의 무도를 워낙에 좋아해서 이 이상 맘에 드는 게 쉽게 나올까 싶었는데, 한 시즌만에 더 맘에 든 작품을 만나게 되서 정말 기쁩니다. (NYCB 언급하신 거 보고 덧붙이자면 전 이번 프리 보고, 발란신을 떠올렸지요.)
blanc (2009-10-27 11:44:10)  
네. 거쉰 음악에 맞춰 하니까 [후 케어즈]같은거 생각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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