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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blanc(2004-03-19 12:59:41, Hit : 4257, Vote : 883
 [매지션] 권교정

이번에 산 유일한 한권의 만화책. 권교정의 매지션.
요즘 뭐가 나오는지 도통 담쌓고 사는지라, 지난 주 경주서 올라오는 길에 기차에서 읽으려고 오랜만에 산 [씨네21]의 신간만화 리뷰에서 처음 봤다.
잡지에 실린 표지를 보니 권교정 특유의 심플하지만 어딘가 우수에 젖은 듯한 캐릭터가 그려져있다.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
디오티마랑 헬무트는 언제 그릴껀데에에에에에......!!!!!!

만화를 사서 보고 우선 작가의 선이 변한 것에 놀랐다. [교의 리얼토크]에서 밝혔듯이 이 사람은 '대책없이 가느다란 펜선'이었던 것이다.
'선이 굵어지고 강약도 생긴다면...캐릭터도 좀 더 안정감이 생길테고 톤작업만 해도 훨씬 편해진다.....그치만 나는 가는 선이 좋은걸'

굵은 선의 권교정 그림은 처음봐서 적응이 안됐지만, 음..캐릭터는 좀 안정감이 생긴듯도 하다. 톤 작업은 편해졌겠지만, 그건 독자인 내가 알바 아니고.
그러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여리여리한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렸다 ㅜ.ㅜ 이 선으로 하디슬라나, 준함장을 그리면 흑흑..

권교정이 그린 것 중 학원물을 제외하면 현대물을 본건 첨인데, 아마도 작가의 평소 취향을 참고한듯한 주요 등장인물의 패션이 조금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선도 굵어졌는데...난 중반까지 휘인이가 남자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 엄마도 여자라는걸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남자를 여자처럼 그려놓는 여성작가는 많아도 여자를 남자처럼 그려놓은 건 첨보네.

어쨌든..내용을 이야기해보자. 우선 시간을 분절해 스크램블 해 놓은 작품이라 머릿속에서 모자이크를 재정리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작품의 전체 윤곽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잡히겠다.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상정하고 진행되는 작품이나, 이 작가가 늘 그래왔듯 복잡하게 설명하는 일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며, 너무나 멀쩡하게 환타지를 이웃집 일상처럼 그린 점에서는 권교정답다.

몹시 혼란하므로 지금까지 내가 밝혀낸 내용을 정리해보자.(사실 이걸 해볼라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거다.)
제목에 나오듯이, 이 만화는 [매지션]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해리 포터나 기타 환타지에 나오는것처럼 마법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아니다. 조금씩 특이한 영적 능력을 가졌달까..그리고 그 능력의 자질에 따라 휘버, 파우, 아쿼 등등으로 분류된다.

'휘버를 마주하게 되면 누구나 그에 대한 강렬한 호의를 경험하게 되죠...휘버를 조심해요'
'휘버는 모든걸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아'
'휘버는 안돌아와, 같은 곳에 있을수가 없어. 과거와 겹치는걸 못견디거든'
현재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이 이기적인 '휘버'들은 그대신 스스로는 지독하게 슬픈 사람들인듯 하다.

'(파우)..그냥 상대방이 진심인지 아닌지 좀더 뚜렸하게 느낄 수 있을 뿐이야. 그래고 상대방이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 갑자기! 여기가 턱! 하고 뭔가 막혀서 ..잘 들리지가 않게 되거든'

아쿼에 대해서는 제멋대로 우울해지는 종족이라는 설명 외에는 없고, 이름만 등장한 '어스'라는 애들도 있다. 그리고 이 매지션과 조금 다른 무리로 '매지셔너'라는게 있는데 이게 뭔지는 아직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며, '호라리 점술사'라는 무리도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용어 '라후'는 매지션간 '절대교점'을 이룬 상대를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 운명의 상대는 반드시 연인인 것은 아니다. 적일수도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헉헉...정리하기 힘들다.

이 사람들의 얽힌 이야기가 요란한 극적 사건도 없이, 서울, 안산, 속초같은 친숙한 지명위로 물속처럼 조용히 흘러간다.

이야기의 중심은 아마도 휘버인 양딸과 그 엄마.

'깻잎말이'와 커피를 마시면서 매지션들이 이 아이를 누가 키울까 잡담을 하는 장면이 있더니 휘버로서 자신을 조금씩 자각하며 선천적 슬픔 때문에 외로워하는 아이가 나오고, 중간 중간 섞여 나오는 현재 시점에서 이 딸은 엄마를 지독하게 그리워하고 있다.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고 떠돌이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괴로워 하면서도 조용히 바라보며..
이렇게 써 놓으면 무슨 신파같은데, 주인공들의 감정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구구절절 한탄하는 일은 없다.

[매지션]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 전혀 다른 정적이고 조용한 만화고, 슬프고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덧붙임; 중요한 등장인물의 이름이 대학 선배 이름과 같아 잠시 놀랐다. 별로 흔한 이름이 아닌데...
           게다가 만화 속 이미지가 좀 닮은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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