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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Dance, Dance


  blanc(2014-03-29 16:04:35, Hit : 1542, Vote :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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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 Q] POB


2014/3/15
도쿄 문화회관
파리 오페라 발레 도쿄 공연

음악: 루드비히 밍쿠스(란치베리 편곡)
안무: 프티파-고르스키-누레예프
장치: 알렉산드르 베리야에프
의상: 엘리나 리브키나
조명: 필립 아르바리크

지휘: 케빈 로즈(도쿄시티필하모니)

키트리: 알리스 르나방
바질리오: 칼 파켓/방상 샤이에
에스파다: 크리스토프 듀켄
거리의 무희: 로라 에켓
숲의 여왕: 아만딘느 알비슨
큐피드: 샤를린느 지잔단네
브라인드 메이드: 박세은
돈키호테: 기욤 샤를로


원래 도쿄로 보러갈까 했던건 전주에 한 ABT의 비시뇨바-고메즈 캐스팅 ‘마농’이었다.
비시뇨바의 ‘마농’은 몇년 전 갈라에서 잊을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상대역이 말라코프인데도 저렇게 혼자 빛나고 섹시할 수 있다니…그러나 오늘날의 찌든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맥밀란의 칙칙한 비극이 아니라 호화롭고 신나는 스펙타클인것 같다.
솔직히 누레예프의 고전 발레 개작 방식에 별로 공감을 못하는 편이지만, 뭐라도 좋으니 짠짠짠 호화찬란화려장대 발레가 보고 싶다. 특히 ‘잠미녀’ 1막이나 ‘돈큐’ 1막의 두근거림을 느껴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게다가 이번 POB 돈큐는 캐스팅이 아주 좋았다. 파길레로-에이만 커플로 보면 파리 오페라에서 ‘돈큐’로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 아닐까.
결국 파길레로가 아웃 되는 등 캐스팅이 몇번 뒤집혔는데, 그러다 보니 차라리 기대가 떨어지면서 맘이 편해지더라. 그래 그냥 아무 캐스팅이나 보지 머..꼭 무슨 회를 보고야 말겠다고 조바심칠 것 없이 아무거나 보자고 하니 맘도 편하고, 굳이 예약에 목 맬 필요 없어 여행스케줄 짜기도 좋고..

그리하여 별 기대 없이 토요일 아무 공연이나라는 마음으로 도쿄 도착. 우에노로 직행해 보니 당일권은 공연 1시간 반 전부터 판매 시작이라고…애초에 알리스 르나방이 궁금했던 차이므로 저녁 공연 보기로 하고 일단 나와서 따땃한 봄햇살 받으며 아키하바라까지 걸었다. 우에노에서 오카치마치는 원래 상점가가 이어져서 가벼운 쇼핑에 좋은데, 무심코 들어간 마루이에서 그만…(이하 생략) 오카치마치에서 아키하바라까지 JR선로 밑으로 세련된 공예-잡화 지구를 만들어놨다. 구경만 잘 하고 아키하바라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부탁받은 CD를 샀는데 거긴 인간계가 아닌 무서운 마계였다…역 앞 북오프 간판을 보고 빨려들어갈 뻔 했으나 이대로 마계에서 체력을 소진하다가는 공연시간에 졸 것이 뻔하니(8시 비행기 타느라 5시에 일어났음), 마음을 접고 소부센 타고 스이도바시 역으로. 라쿠아에 가서 휴식을 취하다.

5시에 다시 극장에 도착해서 티켓 구입. 남은 티켓 다 긁어모으니 생각보다 티켓이 많이 남아서 좌석종류별로 다 있다. 매진된 내일 티켓도 아마 당일권 나올 것이라고 하고..그리고 정말 기적적으로 좋은 자리를 샀다. 3층 센터 맨 앞자리. B석 중에서 제일 좋은 자리 아닐까..여기는 A석에 할당 되는 일도 많은 곳인데…기쁜 마음으로 오랜만에 도쿄문화회관에 입장.

역시 누레예프가 손댄 부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특히 프롤로그는 왜 이리 장황한지 모르겠다.
누레예프는 남자 주인공, 특히 그의 내면과 심리를 중심에 놓은 발레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이에 대한 절정이 ‘백조의 호수’일 것이다) 이를 ‘돈 키호테’에서 시도한다. 보통 간단하게 돈키호테 아저씨가 환상을 보고 모험을 시작해요..하면 되는 프롤로그가 환상에 빠진 인간의 스토리와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는데 그냥 사족 같다. (커튼콜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돈키호테로 그는 이 발레의 진정 ‘타이틀롤’이다).
돈키호테는 사실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건 관객 모두에게 양해 받은 사실인 아닌가. 발레 돈키호테를 보면서 기사 환상에 빠진 늙은이의 모험과 고뇌를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돈키호테는 스페인풍 춤과 신나는 캐스터네츠와 부채 펼치는 추임새, 32회전과 눈부신 마네주를 보려고 보는 작품이지 말입니다. 타이틀과 내용의 불일치, 그리고 말도 안되는 줄거리..이 발레의 문제점을 찾자면 끝도 없을테고 수많은 개작을 거치며 불균형하고 불완전한 모양새가 된 작품이지만 그냥 말이 안되면 안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어차피 발레라는게 이성적이고 언어적인 장르가 아니지 않던가..

이 외에도 ‘논리적인’ 줄거리 진행을 위해 삽입된 쓸데 없는 장면의 대표적인 예로 2막 초반부가 있겠다. 집시 캠프에 숨어든 젊은 연인을 위한 긴 장면은 같은 작곡가의 ‘라 바야데르’에서 편곡해 만들었는데, 그 청승맞은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긴 그나마 이 장면이 가능 했던 것은 아마도 누레예프 버전이 전체적으로 느리고 무겁기 때문일 것이다.
불만을 말한김에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2막 초반부에도 드러나는 누레예프 특유의 롱드장브와 앙레르의 과용 말인데, 저렇게 드러내 놓고 쓰면 무대가 스튜디오 같아지지 말입니다.

뭐 그렇다고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삐딱하게 본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걸 보러 간 이유는 호화롭고 가벼운걸 보고 싶어서였고, 돈키호테가 무겁고 장중해봤자 아니겠나. 각 솔리스트들이 나와서 춤추는 부분은 대부분 좋았고, 환상 장면은 아름다운 무대장치와 더불어 황홀한 순간이었다. 지난 주 에트왈이 되신 알리슨의 숲의 여왕도 시원시원하고 좋았다. 군무 숫자가 좀 더 많았으면 더 좋았을 듯도 하지만 정말 이정도 수준의 댄서들이 한번에 무대에 서서 춤 추는 것을 너무 오랜만에 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다.

키트리 르나방은 베트남계로 보이는데, 이국적 외모와 단단한 몸이 키트리 역에 잘 어울렸다. 정말 마을의 말괄량이 처녀로 보인다. 군데군데 선보인 미동도 않는 밸런스 묘기와 더블을 섞는 푸에테는 감탄스러웠는데, 1막 백키킹은 의외로 허리가 뻣뻣해 보였고, 상체 움직임도 군데군데 정돈이 안되 보였다.

파켓은 등장부터 제 컨디션이 아닌가 싶더니 2막 시작전 르페브르 감독이 등장하여 결국 샤이에로 교체된다는 아나운스. 르나방과 샤이에 둘이 처음으로 돈큐를 같이 추게 되었다는데,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3막 파드두가 각각 떨어져서 유니즌으로 추는 동작이 많고 접촉이 좀 덜한 누레예프 판이어서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3막 결혼식 장면에서 박세은이 등장해서 솔로를 췄다. 오늘 등장한 댄서 중에 가장 테크닉이 안정된 사람 중 하나였고, 무대위의 어떤 댄서보다도 ‘러시아’적인 움직임이므로 작품에 잘 맞았다. 뭔가 마지막에 드디어 정돈된 느낌.

거리의 무희로 나온 로라 에켓, 박세은 같은 수제 그룹을 비롯해 한참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파리 오페라..위대한 에트왈들의 시대는 가고 있는데 과연 새 시대는 어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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