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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c(2015-12-03 19:16:13, Hit : 882, Vote : 185
 [Mariinsky ballet] 로미오와 줄리엣/보석/사랑의 전설

마린스키 일본 투어

11월 22일 오사카 페스티벌 홀
<로미오와 줄리엣>

11월 26일 도쿄 분쿄 시빅홀
<보석>

11월 27일 도쿄 문화회관
<사랑의 전설>


트위터에 올린 내용 정리하는 수준에서(트위터의 미래가 어찌될 지 모르는 현상황..) 그리고 오랜만에 세편이나 연달아 본 기념으로.


이번 마린스키 일본 투어를 어쩌다 두 도시 따라 다니면서 보게 되었다.
11월 22일 오사카 공연, 26-27일 도쿄 공연. 일주일 사이 두 번 일본 가는 거 이제 또 할 일 없겠지. 당연히 피곤했다…;;;
도쿄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랑의 전설>을 한다는 것 때문에 올 초부터 노려왔던 것이고, 오사카 공연은 별 생각 없었는데 고베에 일이 있고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되었다.

이번에 세 공연 모두 현장에서 티켓을 샀는데, 이제 사실 미리미리 표 사는 것도 피곤하고, 캐스팅이란 너무도 변수가 많은 것이라 뭔가 기대하고 예매를 하는 것도 꺼리게 된다. 그냥 팔자려니..보게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이번 투어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캐스팅이 바뀌었고, 로파트키나나 테료시키나나 마지막까지 투어 참가가 불투명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첫 공연이 된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쉬린키나와 스토핀 주연으로 둘 다 세컨드 솔리스트다. 예정된 주역이 아니었던지라 관계자 멘트가 있었다. 두 사람이 훌륭하고 경력 있는 댄서임을 읊은 뒤 저희는 언제나 젊은 댄서들에게 많은 기회를 줘 왔습니다,응원해주세요, 정도의 말을 했는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구나. 마린스키, 니들이 언제…

라브롭스키판 오랜만에 본다. 맥밀란이 (그의 다른 작품이 다 그렇듯) 심리묘사 특히 타나토스에 가까운 죽음에 대한 집착을 그리고 있는 거에 비해 양식적이고 감정이 담백하고 장중하다. 그게 사실 프로코피에프의 크고 웅변적인 음악에는 딱 맞아서 보고 있으면 정말 이게 '오리지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물론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같이 왔기 때문에 본 효과이기도 하다.
크고 양식적이고 디바가 필요한 작품인지라 역시나 울라노바 정도 되는 사람이 춰야 볼 만하고 그 점에 이 작품을 더욱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게 하긴 한다. 잠시 추억하자면, 이 작품을 부분이나마 처음 실제로 본 것은 어느 갈라에서였는데, 그것은 또 내가 자하로바를 처음 본 공연이기도 했다. 그 때 발코니 파드두에 설득되었고, 심지어 자하로바가 굉장히 표현적이고 연기를 잘하는 댄서라고 착각을 했는데, 이 작품이 필요로 하는 프리마 상과 젊은 디바 자하로바의 신체가 그려냈던 그 자체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그 때 내가 착각한 지점이 뭔지 알 것 같다.

오늘의 두 주역은 무난하게 잘 했다. 쉬린키나는 서정적인 역할에 잘 맞고 스토핀은 가볍고 잘 뛰었으나 역시 둘 다 스케일이 작다. 마린스키의 이전 디바들, 최근에는 비쉬네바가 라브롭스키 판을 그리워하는지 알 듯도 하다.

이제 이런 크고 큰 작품을 공연할 댄서들은 점점 줄어들겠지…

다음 발란신의 <보석>.
에메랄드는 누가 춰도 재미 없다고 새삼 느꼈다. 하지만 역시 마린스키 앙상블은 훌륭하다. 막이 열린 순간 너무 예뻐서 숨이 턱 막혀. 세워놨을 때 정지된 그림으로 예쁜 건 마린스키 따라올 단체가 없다.
루비는 콘다우로바가 무대를 씹어드셨다. 완전무결하다. 바토예바는 발랄한 매력이 돋보였고, 김기민은 정말 열심히 하고 비루투오소적인 부분은 폭풍처럼 몰아쳐줬다. 근데 미국적 코믹한 부분이 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는 듯. 뭐 귀엽긴 했다.
클라이막스가 이어진 다이아몬드는 역시 압권이다. 샤프란은 너무 낭만적으로 춰서 백조 연기처럼 보이긴 했지만 파드두는 봄에 본 볼쇼이의 크리사노바보다 재미있었다. 뒤로 가니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이 안타까움. 기본적으로 낭만적인 댄서같다. 끝없이 고양되는 마지막 군무는 역시 최고였다. 볼쇼이가 마지막 군무가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 보여준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함은 없었지만, 마린스키는 보다 끝없는 고양으로 위로 올라간다.

<사랑의 전설>은 로파트키나님이 하드캐리 하셨다. 로파트키나님은 왜 이리 훌륭하신 것인가. 대체 못하는 게 있으실까..
<사랑의 전설>은 그리고로비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아마 영상을 제일 많이 돌려본 작품일 것이다. <스파르타쿠스>가 가장 소비에트적인 발레라면 <사랑의 전설>은 가장 그리고로비치적인 발레라고 생각한다. 그의 모든 특징이 드러나면서 그것이 너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추상적 춤 동작으로 모든걸 표현하고 구성이 논리적이며 특유의 모놀로그가 가장 효과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삽입되어 있다. 시종 뛰어다니는 남자주인공과 바트망 다용, 까다롭고 희한한 리프트 등도 물론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남자 군무에 대해서는(마린스키 -.-;;;) 애초에 별 기대를 안 했고 샤프란은 어제 나쁘지 않고 로맨틱하고 재미 있기에 기대를 했는데...이거 멍미..뭘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슈...줄거리 파악도 캐릭터 성격 파악도 할 수가 없지 않나..
파트너 에르마코프도 좋지 않았다. 점프 높이는 높지만 빈약하고 파워가 없어서 그리고로비치 남자 주인공 같지가 않고 샤프란과 사이에 감정교류나 케미는 기대할 수도 없는게라. 그래..저 파드두가 이렇게나 어렵다는 것만을 실감.
열심히 돌려보던 영상물의 미할첸코는 좋아하는 댄서도 아니었고 그 역을 추기엔 너무 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면 너무 훌륭해 보일 것 같다. 베스메르트노바 영상을 일부라도 볼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역시 중요한 역인 재상역 스메칼로프도 별 존재감 없었다. 그 외 루비에서 좋았던 바토예바의 황금 솔로는 다이나믹하고 탄탄한게 좋았다. 김기민이 페르하드를 췄어야 하는데.. 마린스키 극장에서 롤 데뷔도 했는데 왜 재미없게 백조에만 나오는 것인가..
가장 실망스러웠던건 2막 후반의 추격 씬이다. 발레 전체의 클라이막스여야 할 부분인데 직전 기계적 파드두에 이어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구나. 특히 재상을 중심에 둔 남녀 주인공의 장대한 대회전이 저렇게 힘 없고 시시하게 처리되다니..
유일한 구원은 로파트키나 님. 님이 안 계셨으면 어쩔 뻔 했나. 연기, 스텝, 팔동작, 미모, 몸매까지 모든게 완벽하시다. 여기서 마누는 ‘미’를 잃은 역할인데 너무 아름다우신데요…?
2막 독무의 심경 묘사 정말 좋았고 그 까다롭고 한발짝 잘못 나가면 웃겨보일 수도 있는 아치 동작 같은 것도 그저 멋지기만 하시다. 이건 연기 이런 것 전의 문제로 이를 테면 사프란과 대칭으로 아다지오 아라베스크를 하는 부분은 둘이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로파트키나 님은 왜 이리 바트망도 멋지신가요. 카리스마가 막...

이 작품도 주제나 형식이나 소비에트 발레고 당연히 시대를 탄다. 하지만 구성이 세련되고 남자 주인공 안무와 남성군무도 여전히 참신한 부분들이 있어서 오늘날 봐도 재미있는데, 제대로 재현한 댄서 모으기는 참 힘든 것이다. 하긴 볼쇼이 초연이 플리세츠카야-베스메르트노바-리에파야…(마린스키에서도 콜파코바, 오시펜코 이런 사람들이 췄었고..)

언제나 사람은 이전을 미화하고 그리워하는 거지만, 이제 진짜 이전 같이 큰 댄서들이 나오기 힘든 것 같다. 그거야 뭐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댄서상과 달라서 그런거겠지만..점점 발레단 특성도 없어지고, 댄서들은 너무 많은 종류의 작품을 춰야하고..
아아 그리운 20세기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팬 아츠의 이번 티켓 가격과 등급 나쁘다. 물가가 오르고(일본은 별로 안 올랐어!) 엔저니까 러시아 발레단이 이제 2만엔 넘는 건 그런가 보다 했는데(아냐! 나빠) 4층 사이드까지 B석으로 까는 건 너무하지 않나. 이전 같으면 여기 D석 할 곳을 막 B석 값으로 팔아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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