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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Dance, Dance


  blanc(2012-11-17 12:11:25, Hit : 1836, Vote : 360
 [Swan lake] Mariinsky Ballet

마린스키 발레 서울공연
세종문화회관
2012-11-11, 12

음악: 차이코프스키
안무: 프티파, 이바노프-콘스탄틴 세르게예프 버전
미술: 시몬 비르살라제
의상: 갈리나 솔로비오바
지휘: 파벨 부벨니코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오데트/오딜: 울라냐 로파트키나, 올레시아 노비코바
지그프리트: 다닐 코르순체프, 김기민
여왕: 엘레나 바제노바
로트바르트: 콘스탄틴 즈베레프, 안드레이 야코블레프
광대: 일랴 페트로프, 그리고리 포포브
삼인무: 에카테리나 이반니코바/나데즈다 바토에바/필립 스테핀
            마리아 쉬린키나/아나스타샤 니키티나/안드레이 솔로비요프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그냥 추상발레다.
이제 그렇게 생각하고 봐야 속이 편하다.
마임은 거의 있는듯 없고, 3막(2막)은 스토리 연결이 거의 안된다.

이전에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던것 같은데…사람 기억이란게 믿을게 못되긴 하지만 내 머릿속의 아유포바는 꽤 서정적이고 비극적인 백조였다. 이제는 정서는 점점 옅어지고, 하루하루 길고 늘씬해지는 댄서들의 몸과 비례하듯이 여분의 것들은 증발되고 있다.

댄서들은 이제 드라마가 아니라 프레임 속의 그림 안에서 존재한다.
그 안에서 막 성년이 된 왕자의 고민도, 나약한 인간의 마음을 둘러싼 갈등도, 슬픈 공주의 사연도,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도, 악을 물리치는 진정한 사랑도 별 색이 없어 보인다.
지극히 완벽하고 추상적인 아름다움, 모든것이 정제된 다이아몬드를 감상하는데 달리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런 것도 당연히 하나의 경지고 아름다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린스키가 그러내는 백조의 세계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로파트키나라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마린스키 최고의 백조를 넘어 세계 백조계의 교과서, 정수, 에피토메로 군림해오신 로파트키나님은 고결하고 결정화된 아름다움의 절정으로 마린스키의 추상화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이였다.
드라마 따위 하찮은 거다. 이렇게 선 하나하나가 다 완벽하신데…특히 이제 전매특허가 된 극단적으로 느린 백조 아다지오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봐도 완벽한 어깨에서 손끝이라니..
흑조도 마찬가지. 별스런 기교나 연기를 과시할 필요 없다.
모든 것이 정확하고 그것 자체로 완결된 세계인 것이다. 32회전 푸에테도 지극히 오소독스. 요즘 유행하는 더블 같은거 안 섞지만 정확하고 더 없이 음악적이다.

이런 로파트키나와 긴긴 세월 백조를 춘 코르순체프도 마찬가지.
워낙에 왕자님의 몸을 타고 나신데다가 20여년간 쌓이고 익힌 왕자님의 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고로 당쇠르 노블이란 첫째가 폼, 둘째가 몸매, 셋째가 얼굴이라 늘 주장해 오지 않았던가..
당쇠로 노블의 산지 마린스키에 더 이상 이런 댄서가 없다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데 사실 마린스키 출신의 20세기 수퍼스타에 당쇠르 노블은 없구나..하긴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퍼스타의 조건이지)

백조 군무의 얼음같은 아름다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체형조차 비슷해서 클론같은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세계라니..

둘째날의 젊은 커플은..우선 ‘한국 남자 댄서’가 마린스키 중앙에서 왕자를 추고 있는 초현실적 광경(?)에 냉정하게 바라볼 수는 없었다. 누구나 감격스러운 순간 아니겠나.
알리나 바질, 솔로르 같은 역을 추게 되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왕자역으로 보게 될 줄이야. 아마도 앞으로도 이 역이 김기민의 주요 레파토리가 될 일은 없을거 같다. 역시나 흑조 파드두의 바리에이션이 가장 김기민 다운 순간이었겠지. 그 체공시간 긴 점프와 안정적 테크닉.
2년 전에는 깡마른 소년이었는데, 이제 몸도 제법 어른티가 난다. 아직 몸이 완전히 자란 나이가 아니니 앞으로 더 좋아 지겠지. 키는 조금 더 커도 좋겠지만 이 정도여도 문제는 없을 테고.
파드두 수업을  체계적으로 받기 힘든 국내파에 아직 젊은 댄서로서 당연히 서포트는 불안했지만, 그건 경험과 함께 나아지려니…그러나 문득 몇년이 지나도록 서포트에서 발전기미가 안 보이던 S모씨가 떠오르면서 급 불안해졌다. 마린스키 현 코치진을 믿을 수가 없어! 하지만 기적의 사나이 김기민을 믿도록 하겠다.
마린스키의 망조에 대해 지난 몇년간 계속 투덜거려왔는데, 역시 위기는 기회!

노비코바는 사실 참 좋아하는 댄서인데, 백조에 대해서는 좀 예상이 안되었었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다’는 예상대로 상당히 예상외의 백조를 보여주었다.(뭔 소리-.-)
전날의 로파트키나가 완벽한 마린스키 백조였다면 노비코바는 거기에서 어떻게든지 멀어지려 독자적 해석을 하려고 한 모습. 저렇게까지 ‘새’라는 걸 의식 안하는 백조도 드물지 싶다. 특히 백조의 전형적 동작인 고개털기를 안한다. 백조하면 연상되는 물결치는듯한 팔동작도 없고 오히려 딱딱 끊어지는 느낌에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지경이었다. 게다가 코다를 저렇게 파워풀하게 추는 사람도 처음 봤어. 흑조는 그에 비하면 평범한 편.

마린스키가 보여줄 수 있는 백조의 최적화된 무대라면 전날이었겠으나, 젊은 두 댄서의 다이내믹함 덕에 언제나 추상화의 결말로서는 생뚱맞게 느껴지던 마지막 액션 활극이 오늘은 좀 덜 어색하더라는 것은 나름 강점이었다.

이렇게 마린스키가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모은 공연과 미래의 마린스키를 보여준 공연을 연이어 보았다 할 수 있는데, 앞으로 마린스키는 어찌 될 것인가.
그간 마린스키 걱정에 밤을 지새우며(거짓말) 분노하곤 했는데 첫날의 스탠다드 특기 공연을 보고 나니 역시 마린스키는 지금도 최고의 단체!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고인게 당연한 단체의 둘째날을 보고 나니 역시 불안이 스멀스멀. 저 파드 트롸의 남성 댄서는 어찌할 것이며 광대는 훌륭한데 어째서 아직 코리페인가..김기민은 물론 자격이 충분하고 훌륭한 댄서지만 바가노바 출신 아닌 콜프가 들어왔다고 화제가 되었던건 몇년 전이던가..아아..바가노바 스쿨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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